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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서 없다고 일본 정부 책임 없어지지 않는다”-여성신문 2016.2.24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6-02-26

“문서 없다고 일본 정부 책임 없어지지 않는다”

여성신문 2016.2.24

 

(재)김구재단·백범기념사업협회 주최

백범 김구 선생 탄신 140돌 기념

‘세계 속의 대한민국’ 국제심포지엄

해외 교수들 ‘12·28 위안부 합의’ 비판

테사 스즈키 “얄팍한 얇은 화해…

역사에 대한 기억 없이 문명도, 미래도 없다”

알렉시스 더든 “위안부 인권 유린,

식민통치 폭력성과 연계해서 봐야”



“1965년 한일협정은 ‘아주 얄팍한 얇은 화해’라고 했어요. 외교적 화해는 이뤄졌지만 개인적 치유와 보상은 등한시했고, 미국의 거센 압력 속에 기억과 정의의 문제를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도 한일협정의 반복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아요. 새로운 냉전시대를 맞아 중국의 부상과 동북아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얇은 의미의 화해’를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교수는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세계 속의 대한민국-과거 유산, 리더십 그리고 미래 대안’ 국제심포지엄에서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의 발언을 분석해보면 그 화해가 더 얄팍해진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재)김구재단(이사장 김미)이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회장 김형오)와 공동 주최한 이번 국제심포지엄에는 2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양다칭 조지워싱턴대 교수,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 등 해외 유명 학자들과 박태균, 신성호(이상 서울대) 한석정(동아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일제 시기의 잔재와 대한민국과 주변국들의 국제관계, 동북아시아의 관점에서 본 변화하는 리더의 상징성, 지속되는 한반도 분단 상황과 향후 20년 전망 등 다양한 주제 발표 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교수는 영국 정부가 식민 지배에 항거한 케냐인 키쿠 유족을 기리기 위해 수도 나이로비에 설립한 ‘마우마우 독립투쟁’ 기념 조형물 사진을 보여준 후 “역사에서 성공적인 화해란 종결이 아니라 중단 없이 계속되는 과정”이라며 “화해가 이뤄진다는 건 새로운 사안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해나간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화해의 진전”이라고 지적했다. 케냐인들은 영국 정부를 상대로 4년간 법적 공방을 벌인 끝에 지난 2013년 보상금 1990만 파운드(약 364억4000만원) 지급 판결을 받아냈고 기념 동상도 건립했다.

마우마우 피해자 중 일부는 강제 이주된 후 아직까지 가난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스즈키 교수는 “케냐인에 대한 애도보다는 영국 시민들에게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줬다는 의미가 크다. 기억을 위해 영국 국회의사당 앞에도 같은 동상을 건립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진실 규명과 정의 실현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서 역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억이 없다면 문명과 사회, 미래조차 없다. 침묵은 고문자를 독려할 뿐 고문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12·28 합의 당시 양국 정부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못박았지만 이 합의가 최종적인 해결은 될 수 없다”며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론화를 중단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화를 통해 한국과 일본 국민이 역사를 기억할 때 진정한 화해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가 발표 중간에 위안부 할머니를 상징하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사진을 청중에게 보여주자 청중석에서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심포지엄 발표자인 더든 교수는 ‘대한제국의 비극’의 저자로 영국 ‘데일리 메일’ 종군기자 프레더릭 매켄지의 사진 슬라이드와 기록물을 소개하면서 일제 강점기 무단통치 기간에 세계에서 유례없이 극심했던 폭력 통치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식민통치는 ‘정의’와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이었다”며 “대한제국 각지에서 의병 투쟁이 불붙자 일본군은 투항하는 부상자들까지 모조리 죽였다. ‘모두 불사르고, 모두 약탈하고, 모두 죽인다’는 3대 정책이 이뤄진 시기였다. 일본의 극심한 폭력성은 곧 ‘시신의 정치’였다”고 규정했다. 특히 “성노예가 된 한국 여성들은 굉장히 큰 트라우마와 고통을 겪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 유린을 일제 식민통치의 폭력성과 연계해 바라봐야 한다. 이들은 1990년대에 들어선 후 겨우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솔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더든 교수는 특히 일제강점기 10살 딸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엄마의 사진을 보여준 후 “잔혹한 폭력이 있었는데도 이를 뒷받침하는 문서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일본 정부가 문서가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문서가 없다고 일본 정부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의 진실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식민지 통치 이후 한국은 이승만 정권 아래서 ‘근대화를 지연시키는 자기 의존성’과 박정희 정권 아래서 ‘자기 의존성을 위협하는 근대화’ 과정을 겪었다”며 “자주화와 근대화는 민족주의라는 양축에 달린 두 수레바퀴다. 자주화와 근대화가 같은 방향으로 맞물려 돌아갈 때 민족주의는 전진하지만 이 힘이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면 그 자리에서 못 벗어난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후자였다”고 지적했다.

 

양다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식민지 시대가 끝나고 70년 후 많은 정치적 유산이 변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냉전시대 적대국 관계였던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관계도 극적으로 개선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중국의 전승 기념행사에 참여한 후 상해 임시정부를 방문한 데서 잘 드러났듯 서울과 베이징은 심리적 유산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http://www.womennews.co.kr/news/91427#.VtAMl4nUi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