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초대석 인터뷰
2008-10-12
1)김호연 이사장께선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다. 그런 이유로 김구 재단을 설립한 것으로 아는데 재단의 역할과 성격은.
▶ 백범 김구 선생님은 제가 어릴 때부터 가장 존경하는 분이셨습니다. 물론 그 분의 손녀를 아내로 맞으며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김구 선생님을 비롯해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신을 희생하며 이 나라를 지켰던 독립애국지사의 숭고한 정신은 후세에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1993년 재단을 설립하고, 백범 선생님의 ‘찬란한 문화국가’의 유지를 이어 장학사업과 인재양성사업 그리고 학술활동 지원 등을 국내외에서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2005년에는 세계의 석학들을 초청해 김구국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으며, 미국 브라운대학에
김구도서관 건립을 지원하고 있으며,
하버드대에서는 정례적으로 김구포럼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오는 2009년에는 미국 보스턴의 터프츠 대학원에 김구 chair가 개설될 예정입니다.
이는 교육과 학술 활동을 통한 민간외교차원 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2) 지난 6월 김구재단의 주사무소를 천안으로 옮기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 활동을 했고 또 앞으로 어떤 활동들을 펼칠 계획인지.
▶ 지난 6월 재단의 주사무소를 천안으로 옮기고 ‘일본의 독도침탈 만행에 강력히 대응하는 규탄성명서’ 발표를 시작으로, 광복 63주년을 맞이하는 지난 8월 15일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백범 김구 사진전’을 열어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바친 독립애국지사들과 백범 김구 선생의 민족사랑, 나라사랑 정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교육과 문화를 강조했던 백범 선생님의 유지를 이어 지난 8월 29일에는 독립유공자 자녀와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백범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으며, 지역의 문화인재 양성을 위해 천안교육청과 협력해 초등학교에 필요한 도서와 어학 소프트웨어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가에 필요한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사업과 학술지원 사업 등을 천안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3) 최근에는 천안발전포럼을 창립하고 각종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천안발전포럼의 성격과 향후 사업 계획은.
▶ 우선은 교통, 환경, 교육, 문화, 복지, 경제 등 큰 부분에서 천안의 현안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그런 정책공유의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포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지역에 애정을 가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천안의 구체적인 현안들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으며, 이러한 대안들이 실제 국가의 정책이나 시의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4) 김호연 이사장께서는 김구재단 뿐만 아니라 해비타트나 노인회나 충청향우회, 유관순열사 기념사업회 등 지역의 다양한 단체, 특히 봉사관련 단체에서 활동하고 계신데요,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습니까?
▶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와 연을 맺게 된 것은 큰 아들(동환) 때문이었습니다. 1999년부터 해비타트 활동에 참가한 뒤 아들 동환이 생활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과 밝고 긍정적인 아들을 보면서 가족이 모두 함께 해비타트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봉사현장에서 땀흘려 보니 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런 활동이 당시 회사로까지 연결돼 지금까지 매년 사랑의 집짓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은 힘이나마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이렇듯 보람있고 뿌듯한 일임을 느끼면서 가능하면 가족들과 함께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태안지역 기름유출 사고 났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노인회에 관여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어르신들의 비율이 점점 커져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아직 너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분들의 피와 땀이 바탕이 되어 우리는 이만큼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늙고 힘없다고 해서 방치하는 사회풍토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의 경험과 그 분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남은 여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어르신들은 충분히 행복해질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 분들이 행복해야 우리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어려운 시기 우리나라를 지켜왔던 독립애국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5) 김구 재단의 주사무소를 천안으로 옮기고 포럼을 만드는 등 활동영역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 차기 선거를 의식한 계산된 행보가 아니냐는 일부 비판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천안은 애국애족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됐던 3.1 운동을 주도한 유관순 열사의 정신과 독립기념관이 있는 곳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김구재단을 천안으로 옮기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천안을 바로 알고, 천안을 위해 일하기 위해 ‘천안발전포럼’을 만들고 천안의 현안을 제대로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나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차기 선거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천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천안발전을 위해 말보다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진정성은 시간이 천천히 보여줄 것입니다.
6) 그동안 빙그레 회장 등으로 기업을 이끌어 오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점과 아쉬웠던 점은.
▶ 회사가 어렵고 힘들었을 때, 나를 믿고 따라주는 직원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고, 또한 그 당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나야 했던 직원들의 뒷모습이 아직도 내 마음 속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회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직 책임자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 지를 다시 한 번 더 통감할 수 있었습니다.
7) 김호연 이사장께선 (재)김구재단 뿐만 아니라 (재)아단문고의 이사장도 겸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는 28일에는 천안지역의 작가 ‘민촌 이기영’과 관련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재)아단문고는 어떤 단체이고 또 이번 전시회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 재단법인 아단문고는 자친(어머니)이신 강태영 여사께서 수집한 약 9만여점의 우리나라 고전적과 근현대 문학자료를 바탕으로 2005년 설립했습니다.
아단문고에는 국보와 보물 등 문화재급 한국 고문헌 자료를 비롯해 개화기에서 1960년대에 사이에 발간된 희귀 단행본과 신문잡지 그리고 김소운, 백철, 최정희 등의 문인들이 기증한 잡지와 문학서, 육필원고, 편지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아단문고는 희귀 자료의 보존과 정리, 장서 열람 기능, 학술 연구뿐만 아니라, 매년 특색 있는 주제로 특별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아단문고 고전총서’를 발간함으로써 한국학 연구의 심화와 대중화에도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오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아단문고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료 가운데 천안지역의 대표적 작가이자 한국 근대문학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민촌 이기영의 작품과 자료들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전시회를 통해 민촌 이기영 작가와 천안의 근대모습을 재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8) 천안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천안은 지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천안에는 천안이 고향인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 때문에 또는 다른 이유로 천안으로 이사해 사는 사람들 모두가 다 천안 시민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오늘의 천안을 만드는 주인공들인 셈입니다.
천안을 말 그대로 풀면 ‘하늘아래 편안한 곳’이라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안이 진정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기 위해선 천안의 주인인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나 자신부터 천안에 대해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천안의 내일을 만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