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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광복.분단 70돌, 더욱 간절한 그 이름, 백범 - 한겨레 2015.8.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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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admin | 작성일 | 2015-08-12 |
광복.분단 70돌, 더욱 간절한 그 이름, 백범
한겨레 - 2015.08.06
광대’ 임진택이 5일 서울 정릉 집에서 창작판소리 <백범 김구>의 한 대목을 부르고 있다. 서산대사의 한시를 백범이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은 것으로, 임옥상 화백이 그린 병풍에도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사진 손준현 기자
창작 판소리 ‘백범 김구’
“백범 선생 붓을 들어 떨리는 손으로 한시 한 수를 쓰시는데 (…) 눈 덮인 들판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가지 말라/ 오늘 내가 가는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라!” ‘광대’ 임진택(65)이 부르는 진양조 소리는 유장했다. 결연했다. 부채로 보여준 발림(몸짓 표현·너름새)은 허공에 일필휘지 붓을 휘날렸다. 붓은 다시 죽비가 되어 광복 70년, 분단 70년의 이 땅을 후려쳤다. 창작판소리 <백범 김구>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눈대목(오페라의 아리아와 같은 중요 장면)이다. 임진택이 연극의 대본처럼 직접 창본(사설)을 쓰고 진양조, 중모리 같은 장단을 붙였다. 5일 북한산 자락 서울 정릉 집에서 그를 만났다. 1970~90년대 <소리내력>과 <똥바다>, <오적> 등 창작판소리로 시대를 조롱했다. 창작판소리 <남한산성>을 올리는 한편, 완판장막창극 <춘향전>, 마당창극 <비가비명창 권삼득>을 연출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에서는 소리꾼 유봉 역을 맡기도 했다.
1946년 8월15일, 8·15 1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는 백범 김구 선생. 김구 선생은 축사에서 “독립은 타력에 의지하여 되는 것이 아니요, 오직 자력으로써 자주성을 갖춘 독립이라야 비로소 민족의 안도와 국가의 영원한 번영을 재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김구재단 제공
임시정부 주석’ 김구는 미군정의 홀대 속에 ‘개인 자격’ 김구로 귀국했다. 1987년 6월 항쟁 뒤 개정된 현행 헌법 전문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고 명시했지만, 당시 미군정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깔아뭉갰다. 그리고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된 조국의 상황은 남북으로 갈려 단독정부 수립을 향해 치닫는 등 악화일로를 걸었다.
“삼천만 애국동포여!/ 마음속에 삼팔선이 무너지고야/ 땅 위에 삼팔선도/ 철폐되는 것!/ 나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구차한 안일을 위해/ 단독정부를 세우는 일에는 협력하지 않겠소/ 나의 애달픈 고충을 살펴/ 한번 더 깊이 생각해주오.” 이 대목 역시 조국의 참담한 처지에 피를 토하는 심정을 진양조 장단에 실었다.
백범의 생애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안두희에게 암살당하는 장면이다. 임진택은 이 부분을 좀 더 소설적으로 구성했다. “시간에 따라 평면적으로 그릴 게 아니라고 봤어요. 일제하 중국에서 민족진영 통합과 좌우합작을 추진하다가 총탄을 맞은 사례를 먼저 복선으로 보여주고, 좌우대립을 넘어 통일을 지향하다 암살당하는 부분을 뒤에 중첩했습니다.”
2010년 초연 때 3시간 30분 분량이던 <백범 김구>는 이번에 3시간으로 압축했다. 창본으로서는 사실상 완성본이다. 1부 ‘빼앗긴 나라-청년 역정’, 2부 ‘대한민국 임시정부’, 3부 ‘갈라진 나라-해방시대’ 등 모두 3부로 이뤄졌다. 임진택과 함께 전주대사습놀이 장원에 빛나는 명창 왕기철·왕기석 형제가 출연한다. 1부를 맡은 동생 왕기석 명창은 외모가 청년시절 김구 선생을 빼닮았다. 2부를 책임진 형 왕기철 명창은 이봉창, 윤봉길 열사의 의거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3부에선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임진택이 통일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김구의 고뇌를 표현한다. 공연 창본은 임진택이 썼지만, 선율을 만드는 작창은 세 사람이 각각 나눠서 맡았다. 임진택은 “올해가 가기 전에 작창까지 완성해 혼자 1, 2, 3부를 완창하고 시디도 만들 예정입니다. 또 하나의 고전판소리의 레퍼토리로 만들어 제자한테 전승시킬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14일 오후 6시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 숲속극장.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7034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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