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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백범일지를 읽으며 - 영남일보 2017.01.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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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admin | 작성일 | 2017-01-25 |
“뒷사람 생각한다면 눈덮힌 들판도 함부로 걸어선 안돼”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됩니다. 새해엔 가족이 함께 모여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의 문이활짝 열리고, 그 문으로 사랑과 따스한 마음이 들락날락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새해를 여는 의미에서 약간 묵직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백범일지’를 펼쳐서 세대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진정한 애국의 길을 묵묵히 실천한 큰 스승을 만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백범일지는 딱딱하거나 교훈적인 내용이 가득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조국에 남겨둔 두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상권은 곳곳에 다양한 이야기와 숨겨진 웃음이 있어서 자녀와 함께 읽기가 편안합니다. 함께 읽으며 부모님의 유년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위태로운 조국을 건지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은 김구 선생을 자녀의 마음에 새겨줄 수도 있습니다.
조선의 시인 임연당의 시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라는 시는 김구 선생의 애송시입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을 때 뒷사람을 생각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삼가기를 바랐던 마음이 백범일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백범일지’의 상권은 상해임시정부 주석으로 활동하던 때 기록한 것으로, 조국의 두 아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전하기 위해 썼고, 하권은 임시정부의 활동을 알리고, 광복 후 자신이 입국하게 된 경위와 입국 후 개인적인 행적에 대해 적었으며, 끝부분에 자신의 정치 철학에 대한 ‘나의 소원’이 더해져 있습니다.
상권의 ‘아들에게 전하는 글’은 상놈의 집안에 태어나서 상해임시정부 최고위 인사가 되기까지 걸어온 가시밭 길의 삶을 담담하게 적었습니다. 태어날 때 난산의 위기에서 어머니 생명이 위태로울 때, 아버지 가 지붕에서 소의 소리를 내고서야 무사히 태어났던 일, 어머니는 어린 백범이 귀찮아서 어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짜증냈던 일, 엄마 젖이 모자라 젖동냥을 해주던 친척의 산소 앞을 지날 때 어린 나이에도 경의 를 표했던 기특한 일, 맞은 게 억울해서 다 죽인다고 식칼 들고 갔다가 도로 얻어맞은 일, 아버지 숟가락 으로 엿 사먹은 일, 아버지의 스무 냥으로 떡 사먹으려다 들켜서 들보에 매달려 죽도록 맞은 일, 아버지가 취하면 양반을 상대로 주정하며 사람을 때린 일 등이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친근함이 더해집니다. 이 대목 을 함께 읽고, 부모님의 유년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자녀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녀와의 닫혔던 소통의 문이 슬며시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조국을 향한 외줄기 삶으로 향하기 위한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김구 선생은 상놈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나, 홀로 글자를 익히고 배움에 대한 갈망이 뜨거웠는데, 부모님은 여러모로 아들에게 길을 열어줍니다. 그러나 막상 돈으로 매매되는 과거시험에 실망하고, ‘마음 좋은 사람’이 되고자 동학 접주, 스님, 기독교 신자, 교사 등을 거치면서 민족 독립에 대한 의지를 불태웁니다. 혔던 소통의 문이 슬며시 열리기를 기대 합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은 있기 마련입니다. 김구 선생에게는 을미사변 당시 대동강 포구 객주에서 민간인으로 변장한 일본 장교를 명성황후 시해범으로 생각하여 때려죽이는 ‘치하포’ 사건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
“지금 하권을 쓰는 목적은 내가 50년 동안 분투한 사적을 기록하여 숱한 과오를 거울 삼아 다시는 이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것이다"에서 밝히는 것처럼 내 삶을 거울 삼아 사리사욕이 아닌, 도도히 흐르는 역사 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를 바랐습니다.
‘백범일지’는 김구 선생의 자서전을 넘어 우리의 거대한 역사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단한 역사 에서 굵직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거기에 김구 선생이 있었습니다. 고난의 역사이긴 하지만 국민이 존경할 수 있는 큰 스승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이 책이 세월을 뛰어넘어 현재도 빛을 발하는 것은 전국민이 공감할 만한 올곧은 삶의 실천과 나보다 더 큰 조국에 대한 일편단심이 그의 삶에 오롯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조국의 위급한 상황에서 개인의 삶을 훌쩍 뛰어넘어 조국 독립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가마솥처럼 뜨겁습니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나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라는 김구의 일편단심이 요즘엔 더욱 사무칩니다.닌, 도도히 흐르는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를 바랐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즈음에 아이들과 함께 백범일지를 읽으면서 “올해 네 소원이 무엇이냐?”라고 자녀에게 물어보고 자녀들과 소통할 뿐 아니라 마음의 벽을 허물어서 자녀들이 큰 뜻을 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위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연약한 두 아이의 아버지요, 조국을 위해 개인의 삶을 기꺼이 내려놓았던 큰 뜻을 실천한 김구 선생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금도 이 한 권의 책으로 우리의 삶이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지 않습니까? 더 나아가 의를 향한 뜻을 붓끝에 담아 차가운 눈밭 길에 뒷사람이 용감하게 걸어올 수 있는 제2의 백범일지를 기록하지 않으시렵니까? 원미옥<구암중 교감>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70123.010160752050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