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내용은 백범 김구 선생님의 친손녀이신 김미 여사께서 백범 서거 63주기를 맞아
백범의 리더십에 대한 특강자료로 준비된 내용입니다.
< 백범 김구와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리더십 >
2011년도 어느새 절반이 훌쩍 지나가고 있습니다.
6월에는 현충일과 6.25 전쟁이 있는데다,
개인적으로는 할아버님이신 백범 김구 선생님의 추모일도 있어 현충일도 있고,
6.25 전쟁도 있어서 역사적으로 가슴 아픈 달이기도 합니다만
국가와 민족나라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그런 때인 것 같습니다.
6월은 저 개인적으로도 가슴 아픈 달입니다.
바로 할아버님께서 1949년 6월 26일 안두희의 흉탄에 돌아가셨기 때문인데요,
매년 6월 26일 효창공원에 위치한 백범기념관에서는 추모식을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로 벌써 63주기를 맞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강의할 주제는 리더쉽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리더십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요?
오늘 저는 그 해답을 저희 할아버님이자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백범 김구 선생에게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 백범 리더십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나침반
시대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은 분명 달라집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닮고 싶어하는 지도자로
백범 김구선생님을 꼽는데는 분명 백범 김구 선생님의 리더쉽 가운데
오늘날에도 본받을 만한 것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백범 김구선생님은
평생을 조국의 해방과 자주독립을 위해 살았던 우리 시대의 진정한 리더이자,
나라사랑(충), 부모사랑(효), 겨레사랑(예)을 실천한 표상이기도 한데요.
백범 선생님의 리더쉽은 ‘동도서기 사혼양재(東道西器 士魂洋才)’의 리더십,
즉 동양의 정신에 서양의 기술과 이론을 접목해
우리의 힘과 문화를 기르자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셨습니다.
조선의 왕도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아니요,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지낸 일조차 없건만
백범의 이름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만리타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쓴 자서전 <백범일지>는 한국인의 필독서가 된 지 이미 오래고,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만큼 온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지도자라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때문에 저는 오늘 강연 주제를 ‘백범 김구와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로 잡았습니다.
- 현대적 관점에서 본 백범의 리더십
여러분 ‘소프트 파워’란 말 들어보셨죠?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힘인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힘(강제력)보다는 매력을 통해, 명령이 아닌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능력이
바로 소프트파워인데요,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가 처음 사용한 용어입니다.
군사력에 의존했던 몽골이 피정복문화에 동화된 것이나
경제제재 완화로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발사실험 중지 약속을 얻어낸 것 등이
소프트 파워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부국강병을 토대로 한 하드 파워보다는 문화를 토대로 한 소프트 파워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화는 교육·학문·예술·과학·기술 등
인간의 이성적 및 감성적 능력의 창조적 산물과 연관된 모든 분야를 말하는데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시대,
즉 문화가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리더쉽은 시대와 대중의 요구에 따라 조금씩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는데요,
이런 의미에서 현대적 관점에서 본 백범의 리더십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보화되고 민주화된 현대적 상황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윤리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리더에 대한 구성원들의 다양한 평가 기준과 시각이 존재하고,
비판기능이 강화돼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과 솔선수범적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대적 리더십은 과거 전통적 리더십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그것은 상호의존적이며 변환적 리더십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백범의 리더십은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해 보아도
당장 도입 가능할 만큼 훌륭하다고 평가됩니다.
백범 선생님의 리더십을 현대적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일제 식민지 암울했던 시절, 갈 곳을 잃고 헤매던 백성들에게 애정을 갖고
자신의 지성과 감성을 총동원하여 백성들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이끌어냈던 백범은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대표적 인물로 손꼽히는데요.
서번트 리더십은 타인을 위한 희생과 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합니다.
가장 낮은 위치에서 자신을 귀속시키는 겸손함으로 조직의 가치를 지켜내면서
리드하는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구 선생이 나라와 겨레를 위해 자신을 낮추면서 평생을 헌신하는 자세로 살았다는 것은
그의 이름과 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원래 백범의 이름은 ‘창암’이었는데,
1911년 황해도와 평안도 일대의 애국자가 일본인들에 의해 잡혀 온 ‘안악 사건’ 이후
감옥생활을 하면서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일제의 호적에서 떠난다는 뜻으로 이름을 ‘구(龜)’에서 ‘구(九)’로 바꾸었는데,
그 이유는 열 사람이 있으면 아홉 번째 순서에 해당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아호를 ‘연하(蓮下)’에서 ‘백정범부(白丁凡夫)’의 줄임말인 ‘백범(白凡)’으로 바꾸기도 했는데요.
백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천하게 여겼던 백정의 ‘백(白)’자와 평범한 사람이라는 뜻의 ‘범(凡)’자를 합친 것으로 가장 낮은 사람을 뜻합니다.
신분이 높고 낮음을 떠나 모든 사람들이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어린 시절 과거에 낙방한 후 비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상서 공부를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자신의 얼굴에는 한 군데도 귀하고 부유하고 좋은 상은 없고, 천하고 가난하고 흉한 상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관상서의 구절 중에 ‘얼굴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는 글에서 자신은 마음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후부터 자신을 낮추고 포용력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백범 선생님은 자신의 소원이 ‘독립된 조국의 문지기’라고 말했던 것도 이와 같은 리더쉽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김구 선생은 평생을 나라와 겨레를 위하는 서번트 리더십의 표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원칙 중심 리더십(Principle Centered Leadership)
이는 국민에게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그들로 하여금 동기를 유발하게 하는 리더십인데요.
여기에서는 신뢰성이 핵심인데, 이 신뢰는 백범의 뛰어난 능력과 인격, 인품으로부터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봉창 · 윤봉길 의사가 밝힌바 있듯이 원칙 중심의 리더인 그는
백성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며 리더십을 발휘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백범의 정치적 입장은 점점 옹색해져 갑니다.
한반도에서 하나의 정부를 수립하자는 그의 지론은 북에서는 김일성의 인민공화국이,
남에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서면서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자연히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그의 견해를 묻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명백하게 말하거니와 무슨 비법적 민족통일운동을 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어디까지나 한 애국자로서, 한 혁명가로서 개인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서,
어디까지나 공명정대하게 정권욕을 떠나서 민족통일의 대업에 몸을 바치자는 결심뿐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한국이 있어야 한국 사람이 있고, 한국 사람이 있고야 민주주의도, 공산주의도,
무슨 단체도, 무슨 정당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자주독립적 통일정부를 수립하려는
이 중대한
시대에 당면하여 어찌 개인이나 집단의 사리사욕을 탐하여 국가민족의 백년대계를 그르칠 수 있으랴? (대조 1949년 3.4월호)
이미 한반도에 엄연히 다른 두 정권이 섰는데도
그는 여전히 남북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애국심과 하나됨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 후에 진전된 역사를 모두 알고 있는 지금 입장에서 보면
백범은 어리석다고 할 정도로 원칙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결코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백범은 이미 미래에 다가올 민족적 재앙을 모두 예견했는데요.
그가 암살당한지 꼭 1년이 지나고 한국전쟁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민족 최대의 비극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 번 분단된 나라는 언제 다시 하나가 될지 기약조차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을 예측했었기에 김구 선생은 그토록 분단을 막기 위해 애쓴 것입니다.
이국땅에서 겪었던 고난보다 분단된 조국에서 겪었을 마음의 고통과 절망이 훨씬 더 컸을 텐데요.
이 모습을 통해서 자주독립과 민족통일에 대한 백범의 뚜렷한 원칙과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셋째, 가치 중심 리더십(Value Based Leadership)
가치 중심의 리더십은 오늘날처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치관의 혼돈(아노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리더십인데요.
개인적 규범과 가치를 내세움으로써 가치가 충만한 조직 환경을 만들고,
개인으로 하여금 자기만족을 얻게 함으로써 조직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것입니다.
이 가치 중심의 리더십 관점에서 김구 선생의 리더십을 살펴보면
나라사랑의 가치인 ‘충’, 부모사랑의 가치인 ‘효’, 겨레 사랑의 가치가 ‘예’가 바탕이 됩니다.
백범은 교육과 높은 문화의 힘을 역설하면서 충 · 효 · 예라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실천했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백범일지>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바로 위 구절일 텐데요.
이를 통해 선생의 활동을 테러리스트라 평가하는 이들조차 휴머니스트로의 백범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나라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문화와 예술의 힘이 높은 나라였습니다.
이렇듯 백범은 매우 선진적이면서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망명지에서 온갖 수난을 겪고 조국 독립에 헌신해온 노(老) 애국자의 밑바탕에
이런 인도적이고 예술적인 감수성이 깔려 있었다는 게 한 편으로 놀랍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것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길고 모진 세월을 견딜 수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느껴집니다.
넷째, 카리스마 리더십(Charisma Leadership)
이는 국민에 대한 애정으로 백성들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인데요.
백범은 국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군 중위를 살해하고,
형무소에서 동포에 대한 애정을 보이면서 살신성인 정신의 카리스마를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낞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김구 선생을 생각하면 늘 이 시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원래 이양언이라는 사람의 시인데,
남북연석회의를 전후해서 백범이 만년에 가장 즐겨 쓴 휘호였다고 합니다.
이 시를 통해 백범은 현실 정치보다 역사의 심판을,
조국의 위기 앞에서 일신의 안위보다 후손들에게 모범이 될 것을 강조했습니다.
국내외 정세를 살펴봤을 때
이 시기는 독립된 하나의 조국이라는 백범의 꿈을 실현하기에
불가능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을 때이기도 한데요.
더 이상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역사를 생각했습니다.
역사에서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지고,
후세 사람들이 어떻게 따를 것인가를 생각했던 것입니다.
역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그럴 때 위대한 지도자들은 자신을 던지기도 하고, 과감하게 자신을 희생하기도 합니다.
비록 백범은 현실의 역사에서는 졌지만,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이기는 역사를 쓴 것입니다.
김구 선생의 꿈은 이제 우리 모두의 꿈이 되어 아직도 우리의 머리와 가슴속에 살아 있습니다.
- 위기에 빛나는 백범의 리더십
지난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세종이나 정조의 통치방식은 조선을 대표하는 정형이요,
평시에 통용되는 표본적인 리더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백범의 지도방식은 이순신의 경우와 더불어 하나의 이례적인 형태요,
비상시의 리더십이라 해야 옳은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세종대왕과 나란히 김구 선생을 존경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세종이 태평시기를 대표하는 지도자였다면,
백범이나 이순신 장군은 풍전등화 같은 비상시의 국운을 지켜낸 인물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리더로서 조직을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하고,
또 어떠한 능력과 자질이 필요한 것일까요?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구성원들이 같은 꿈을 꾸게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리더가 가지고 있는 목표와 꿈을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게 할 수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고, 어떤 목표라도 달성할 수 있는 것이죠.
<손자병법>에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는 ‘장수와 병사가 같은 뜻을 가지면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말로,
조직원들이 목표에 대해 동감 지수가 크고 의지가 강할수록
그 조직은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리더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의 모습을 미리 보고, 이를 생생하게 묘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꿈과 비전이 개개인의 가슴을 울리는 목표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모든 구성원의 목표가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비전이 실현되고
승리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리더가 리더답지 못하다면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들로 하여금 기쁜 마음으로 따르게 하기 위해서는
지도자 자신부터 높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